클로드 섀넌은 1916년 4월 30일 미국 미시건주 게이로드(Gaylord)에서 태어났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이 전화기를 세상에 내놓은 지 40년이 지나서였다. 미시건주 북쪽에 위치한 게이로드는 인구 3000명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농지는 지평선 가까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섀넌의 할어버지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인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게이로드에선 지금도 섀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섀넌이 사망한 뒤 게이로드 시청은 시내 중심가에 섀넌의 탄생을 기념하는 공원을 만들어서다.
아버지는 유언을 전담하는 판사였다. 독일 이민자의 딸이던 섀넌의 어머니 마벨 캐서린 울프(Mabel Catherine Wolf)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이하게도 그의 할아버지는 농부이자 발명가였다. 자동으로 옷을 빨아주는 세탁기를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았다. 발명품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항상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섀넌은 그랬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톡톡튀는 창조력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섀넌은 저글링을 하는 기계 등 익살스런 장난감을 발명했다. 그는 자신의 만든 장남감에 독특한 재미를 담았다. 예를 들어 미로에서 길을 찾는 장난감 쥐는 기억 장치를 통해 틀린 길을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았다. 기억 장치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생물쥐를 모방한 것이다. 미로에서 길을 찾는 쥐는 기억 장치와 정교한 수학적 원리를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장난감 그리고 수학으로 채워져있다. 특히 빈 칸에 들어가는 숫자를 유추하는 수학 퍼즐을 즐겨했다고 전해진다. 누나 캐서린 울프 섀넌(Catherine Wolf Shannon)과 함께 수학 퍼즐을 푸는 시간이 많았다. 소설책 읽는 것도 즐겼는데 특히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는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고 한다. 황금벌레는 암호문을 풀어 숨겨진 보물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IEEE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종류의 것들이 나를 유혹됐어요. 특히 애드거 앨런 포우의 열열한 팬이었고 그가 쓴 황금벌레 같은 책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섀넌이 어린시절을 보낸 미국은 당시 새로운 발명품이던 전화기가 대륙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전화선은 작은 시골 마을인 게이로드까지 들어왔다. 경작지 사이에 길게 늘어져 있는 검은색 전화선을 보며 전화기의 원리를 상상하면서 전화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전화선은 기술 진보의 상징이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섀넌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과학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1877년 벨이 가디너 허바드, 샌더스 등과 함께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 오늘날 AT&T의 전신)를 설립한 이후 10년 만에 미국에서 15만 명이 전화기를 갖게 되었다. 벨과 왓슨은 전화기 대중화를 위해 순회 설명회를 열었다. 인간의 음성이 기계적인 신호를 타고 5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전달됐다. 벨은 대중화를 위해 순회 설명회를 열었다. 그것은 쇼와 비슷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왓슨이 전화기를 통해 인사하고 노래를 부르면, 청중은 크게 놀라고 신기해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설명회 입장권을 구하려 난리였다. 1877년 4월에는 보스턴에 있는 벨의 작업장과 서머빌 근처 찰스 윌리엄스의 집 사이에 최초의 전화선이 개설됐고, 같은 해 여름에는 당시의 ‘얼리어답터’ 200여 명(대부분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 신청한 사업가들)을 위해 보스턴에 최초의 교환대가 설치됐다. 교환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정보는 멀리 나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