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섀넌은 ‘릴레이 분석과 스위칭 회로(A Symbolic Analysis of Relay and Switching Circuits)’라는 석사 논문을 발표한다. 그가 발표한 논문은 요즘에도 전자공학을 배우는 학부생들의 수업에서 공부하고 있다. ‘논리회로’라는 이 과목에선 컴퓨터를 설계의 기본이 되는 과정을 다룬다. 그는 1940년 이 논문으로 엔지니어에게 수여하는 미국 알프레드 노벨상을 받는다. 발달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1987년 “섀넌의 논문은 이번 세기를 통틀어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유명한 석사 논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섀넌은 석사 논문을 구상하게 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힌다.
“복잡한 전기 시스템의 제어 및 보호 회로에선 릴레이 접점과 스위치를 다양하게 연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자동 전화 교환기, 산업용 모터 제어 장비 등 복잡한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거의 모든 회로가 그렇다. 이번 논문에서는 그런 회로들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할 예정이다.”
릴레이는 전기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스위치다. 현재로 릴레이는 각종 전자제품에 널리 쓰인다. 오디오용 앰프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논리회로는 전등 스위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면 스위치를 눌러 전등을 켠다. 해가 뜨면 그 반대다. 먹구름이 끼거나 낮이 짧아지는 겨울이 찾아오면 스위치를 눌러 전등을 켜야하는 시점이 빠르게 찾아온다. 논리회로는 이런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만든다. 여기까지 오면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조지 불이다. 섀넌은 불 대수를 스위치와 릴레이 접점에 적용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다. 말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도 스위치의 작동 방식을 알 수 있다. 기계적 스위치의 역사는 오래됐다. 문을 열리지 않게 고정하는 걸쇠가 대표적인 아날로그 스위치다.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는 이러한 디지털 스위치를 다양하게 연결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