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번호 3번.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 바로 리튬이다. 리튬은 손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무르다. 녹는점 180.54℃, 끓는점 1347℃로 고체 원소 중에선 밀도가 가장 낮다. 리튬이 재사용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건 가볍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이 세상을 지배하는 물건이 된 건 가벼운 리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벼움으로 세상을 바꾼 물건이다.
하지만 리튬은 다루기 까다로운 금속에 속한다. 리튬은 물보다 가볍지만 물에 닿으면 폭발을 일으킨다. 공기중에선 질소와 반응하기에 휘발유 등에 넣어서 보관하기도 한다.
리튬이 배터리 제조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리튬은 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가장 간단한 약제다. 호주 의학자 존 케이드(1912~1980)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리튬이 기니피그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연구를 이어간 케이드는 직접 리튬을 복용해 안전성을 확인했고, 1948년 조증 환자에게 처음으로 리튬을 투여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5년 동안 증상이 개선되지 않던 환자가 리튬 복용 5달 만에 퇴원한 것이다. 그는 1949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리튬이 조울증을 치료하는 원리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약효 때문에 조울증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로 자리 잡았다. 환자는 탄산리튬 형태로 복용하지만 독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혈중 리튬이온 농도가 치료 농도라 하더라도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제약사 경고 문구엔 리튬을 처방할 경우 혈중 리튬이온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적혀있다.
리튬은 마음을 치료하는 금속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금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배터리에 흔히 쓰인다. 리튬이 배터리 시장을 제패한 건 무게와 관련이 있다. 가장 가벼운 금속이기에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엔진 시동용 납축전지는 두 손으로 들어 올리기도 버거울 정도다.
미국 락그룹 너바나의 곡 중에는 리튬이란 곡이 있다. 조울증을 앓았던 커트 코베인은 탄산리튬을 복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사에는 조울증 환자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I’m so happy ’cause today I found my friends
They’re in my head
I’m so ugly, that’s okay, ’cause so are you
We broke our mirrors
Sunday mornin’ is everyday for all I care
And I’m not scared
Light my candles in a daze ’cause I’ve found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