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연 인물 중에서 클로드 섀넌을 가중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조지 불의 연구를 확장해 스위치를 통해 정보를 통제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서 스위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거나 닫을 수 있는 단순한 장치를 말한다.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는 전등 스위치가 대표적이다. 섀넌은 정보 전달의 이론적 배경으로 자리잡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을 고안했다. 정보이론은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증명한다. 하루 동안 147만km씩 지구와 멀어지고 있는 보이저 1호와 통신할 수 있는 건 섀넌의 정보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이론의 아버지 클로드 섀넌은 1916년 4월 30일 미국 미시건주 게이로드(Gaylord)에서 태어났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이 전화기를 세상에 내놓은 지 40년이 지나서였다. 당시 전화기는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넓게 펼치진 평야에 집집마다 넓게 떨어진 탓에 일손이 부족하면 가까운 이웃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섀넌은 어려서부터 길게 늘어져 있는 전화선을 보고 자랐다.
미시건주 북쪽에 위치한 게이로드는 인구 3000명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농지는 지평선 가까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섀넌의 할어버지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인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게이로드에선 지금도 섀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게이로드 시청은 2000년 시내 중심가에 섀넌을 기념하는 클로드 섀넌 공원을 조성했다.
아버지는 사업가이자 유언을 전담하는 판사였다. 독일 이민자의 딸이던 어머니 마벨 울프 섀넌은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이하게도 그의 할아버지는 농부이자 발명가였다. 자동으로 옷을 빨아주는 세탁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섀넌은 그런 할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의 톡톡튀는 창조력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그는 훗날 저글링을 하는 기계 등 익살스런 장난감을 발명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수학으로 채워져있다. 특히 빈 칸에 들어가는 숫자를 유추하는 수학 퍼즐을 즐겨했다고 전해진다. 누나 캐서린 울프 섀넌(Catherine Wolf Shannon)과 함께 수학 퍼즐을 푸는 시간이 많았다. 소설책 읽는 것도 즐겼는데 특히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는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고 한다. 황금벌레는 암호문을 풀어 숨겨진 보물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1982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것들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특히 애드거 앨런 포는 최고의 작가였고 황금벌레와 같은 작품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했다.
섀넌이 어린시절을 보낸 시절은 새로운 발명품이던 전화기가 북미 대륙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전화선은 작은 시골 마을인 게이로드까지 들어왔다. 섀넌은 경작지 사이에 길게 늘어져 있는 검은색 전화선을 보며 전화기의 원리를 상상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