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배비지가 계산기계를 놓고 씨름하던 그 무렵 영국 출신 수학자 조지 불은 계산 가능한 논리를 고민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활동했음에도 두 사람은 학문적 교류를 나누진 않았다. 배비지가 계산기계라는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불은 수학과 논리라는 소프트웨어에 천착했다. 두 사람의 작업은 공통분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컴퓨터와 코딩이란 긴 역사를 놓고 보자면 두 사람은 그 어딘가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찰스 배비지와 조지 불.
불이 집중했던 건 인간의 사고 과정과 그 속에 숨은 논리적 구조를 밝히는 것이었다. 마음을 찾아가는 심리학에 가까울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불은 철저히 수학적 과정을 통해 이를 보여줬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수학을 통해 검증하고 증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수를 더하고 빼는 계산이란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자 인간이 모든 생명체에 앞선 능력이다. 수는 자연을 이루는 근본이지만 이를 확인해 학문의 영역으로 만든 건 인간이다. 계산이란 고도의 지적 능력은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배비지가 만들려고 했던 계산기계는 이런 능력을 인간의 두뇌 밖으로 옮기려는 일종의 시도였다. 불이 집중했던 것도 배비지의 그것과 닮았다. 불은 인간의 사고 과정에 숨은 논리라는 일정한 과정을 바깥으로 드러내려는 작업에 도전했다. 배비지의 계산기계와 불의 논리학은 현대적인 컴퓨터의 근본이 됐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열어 놓은 길은 현대적 컴퓨터에서 만난다. 만날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다는 걸 배비지와 불은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