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확립한 이가 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류와 관계 짓기, 대조 등을 통해 논리학의 기초를 쌓았다. 오르가논(Oraganon)은 그가 정리한 논리학의 토대가 담겨있는 책이다. 

오라가논의 내용은 방대하지만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어 이해하기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징검다리를 놓듯 논리의 기초를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쌓아간다. 그가 쌓은 논리의 기초는 (*거의 모든 것들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학문을 이루는 기반이 됐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삼단논법이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생 초등학생들도 삼단논법은 금세 이해한다. 사실 삼단논법을 익히기 전부터 인간의 뇌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논리는 어떤 측면에선 거창한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언어를 사용하는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단순한 규칙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논리를 수학으로 옮기는 작업은 너무도 당연한 것을 또 다른 무엇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언어를 독학한 불은 이런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명백한 진리들 사이에서 순서가 바뀌는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을 만큼 중요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내 글이 생소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작업이 추론의 과정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인간 지성의 법칙과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논리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논리는 아닐 것이다.”

불의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000여 년 간 철학과 언어의 영역에 머물던 논리가 새로운 영역을 만나 확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불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논리는 수학이란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침대를 딛고 일어서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 천 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논리와 수학이 어느 한순간에 만난 것이다. 불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논리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증명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학에 능통한 기계 장치가 있다면 어떤 논리라도 단숨에 계산해 증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리스토텔레스.

불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라가논에서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으며 수학 공식으로 이를 바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라가논에서 정언 명제(Categorical Propositions)를 도입하면서 논리학을 정립했다. 정언 명제는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쉽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언 명제를 A E I O 4가지로 나눴다. 

모든 N는 P이다.(A) 

모든 N는 P가 아니다.(E) 

어떤 N은 P이다.(I) 

어떤 N은 P가 아니다.(O)

예를 들어 ‘모든 염소는 동물이다’는 정언 명제 A로 분류할 수 있다. 불은 이를 xy = x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x가 상징하는 건 염소다. y는 동물을 상징한다. ‘xy = x’는  ‘x(1-y) = 0’로 바꿀 수 있다. 1이 상징하는 건 우주 그 자체다. 1-y 는 우주에서 동물을 제외한 그 무엇이다. 모든 염소는 동물이기 때문에 우주에서 동물을 제외한 것과 곱하면 0이 된다. 이런 식으로 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언 명제를 수학적으로 해석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책에서 수식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건 아니다. 주목해야 할 건 불의 질문과 아이디어다. 불은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논리의 계산 방식이다. 물론 이 과정은 지금까지 알려진 수학의 체계를 통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확장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삼단논법도 수학적 방식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삼단논법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대전제-소전제-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말한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대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소전제)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결론) 

불은 삼단논법 역시 정언명제를 증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수학적으로 해석해 증명한다. 이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한 삼단논법도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고 작용이 밟는 과정이며, 이것에 의하여 바르고 참된 인식을 얻기 위해 이 사고 작용의 법칙과 형식을 분명히 하여 사고가 거쳐야 할 길을 안내하는 것이 논리학이다. 

불이 수학적으로 해석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을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All Ys are Xs, y(1 − x) = 0, 

All Zs are Ys, z(1 − y) = 0,

Eliminating y by (13) we have z(1 − x) = 0,

∴ All Zs are Xs.

불이 남긴 유산이 디지털 시대를 낳은 건 논리를 0과 1 그리고 간단한 수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논리를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인간 머릿속에 있는 사고의 흐름을 수학이란 새로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인간이 생각하는 과정을 수학적 기호와 연산 부호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삼단논법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분석했다면 불은 세상의 모든 논리가 결국 0과 1로 귀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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